머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속 美에 새 백신 제조 공장 가동
머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속 美에 새 백신 제조 공장 가동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5.03.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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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크, 더럼 소재 제조공장에 1조 4,500억 원 투자∙∙∙6,300평 규모
2018년 이후 제조∙R&D 역량 확대∙∙∙2028년까지 11조 원 이상 추가 투자 예정
트럼프 행정부 관세 압박 속 일라이릴리, 화이자 등 美로 공장 이전
사진=머크
사진=머크

[토토사이트]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머크가 대규모 백신 제조공장을 확장했다. 

영국 <로이터(Reuters)>는 11일(현지 시각) 미국 제약사 머크(Merck)가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주 더럼(Durham)에 신축한 백신 제조공장이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머크에 따르면 더럼 소재 제조공장은 22만 5,000제곱피트(약 6,300평) 규모로 머크가 여기에 10억 달러(약 1조 4,500억 원)를 투자했다. 머크앤컴퍼니(MSD)의 제조부문 네트워크가 갖춘 전문성은 물론 데이터 분석, 생성형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 교육센터 등 새로운 기술과 디지털 역량이 집약된 곳이다. 

이미 머크는 2018년부터 미국 내 제조 및 연구개발(R&D) 역량을 확대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120억 달러(약 17조 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와 별도로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 80억 달러(약 11조 6,100억 원)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사나트 차토파디야(Sanat Chattopadhyay) 제조부문 부사장은 “최첨단 제조시설 확장은 미국 내 생산 및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 중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며 “더럼 제조공장에 도입된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머크 직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 세계 환자를 지원하는 혁신 리더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만다 테일러(Amanda Taylor) 제조부문 부사장 겸 공장관리자는 “이 정도 수준의 투자와 헌신은 머크가 더럼에서 하고자 하는 일에 매우 강력한 힘을 실어준다”면서 공장 직원의 자부심과 열정을 지켜봐 줄 것을 당부했다. 

 

더럼 제조공장 내부(사진=머크)
더럼 제조공장 내부(사진=머크)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 제약∙바이오 공장, 미국으로 줄줄이 이전 ‘예고’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를 기조로 하는 관세 정책에 따라 위기에 직면한 미국 제약∙바이오업계가 의약품 제조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 

머크의 경우 아일랜드와 싱가포르 등지에 제조시설을 두고 있다. 이번 정책 기조로 제조∙바이오 분야 외 다른 산업에서의 잠재적 관세에 대비해 가격 인상, 생산지 변경, 자국 내 신규 공장 설립 등 대응 조치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이번 제조공장 신축을 계기로 머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한 부담을 일단 덜어냈다는 게 제약∙바이오 관련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머크 외에도 일라이릴리(Eli Lilly), 화이자(Pfizer) 등도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 움직임이 보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 중 하나로 미국 제조업 활성화를 내걸었고, 취임 이후에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에는 미국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하지 않으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곘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의약품 정책 변화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해 미국 주요 제약업계 리더들과 메디케어(Medicare) 약가 협상, 약국 혜택 관리자의 역할, 의약품 관세 등을 논의했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일라이릴리가 최고 27억 달러(약 39조 원)를 투자해 미국에 4개의 새로운 제조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화이자가 해외에서 제조하던 의약품을 미국에 있는 기존 공장에서 제조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라이릴리 데이비드 릭스(David Ricks) 최고경영자(CEO)는 “국내 제조업을 활성화해 열심히 일하는 미국 가정에 도움되는 것은 물론 미국산 의약품 수출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으며, 에드가르도 에르난데즈(Edgardo Hernandez) 일라이릴리 부사장은 “단순히 제조시설을 짓는 게 아닌, 미국의 혁신 제약 제조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이자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CEO는 “이미 화이자는 미국에서의 사업 역량을 갖춘 데다 지금의 제조공장 역시 무리 없이 운영 중”이라며 “해외 제조 현장에 무슨 일이 생기면 미국으로 옮겨 위기를 완화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관세 압박 맞선 韓 제약∙바이오업계 대책은?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으로 미국 제약∙바이오업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인 가운데 한국 기업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고로 현재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복수국간 협정에 따라 미국에 의약품을 수출할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는 국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한국 정부는 공식 항의, WTO 제소, 보복 관세 검토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수입품에 10~20%의 단일 관세율을 적용하는 ‘보편 관세’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기존 FTA 혜택을 무력화시켜 보편 관세를 적용받는 한국 의료진단기기와 백신, 바이오의약품 수출에 직접적인 가격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내 소비자 물가 상승과 수입품 의존도 감소가 일어나 결국 한국 기업의 추가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명확한 입장을 전달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아직 없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시장 내 유통 파트너 기업과 탄탄한 협력 관계 구축 전략을,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생산시설을 미국과 캐나다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셀트리온은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를 검토 중으로 전해진다. 

[투게더토토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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